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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감정 표출, 아름답지는 않다

군의장과 행정국장, 공무원노조 게시판에서 설전

함양타임즈 | 기사입력 2023/07/17 [15:13]

누적된 감정 표출, 아름답지는 않다

군의장과 행정국장, 공무원노조 게시판에서 설전

함양타임즈 | 입력 : 2023/07/17 [15:13]

▲전국공무원노조 함양군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함양군지부

 

714일 오후부터 전국공무원노조 함양군지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뜨겁다. 함양군 집행부 김성진 행정국장이 함양군민에게 고합니다라는 글을 자유게시판에 올린 뒤, 함양군의회 박용운 의장이 뒤이어 함양군청 행정국장 요구사항에 관한 함양군의회의장 입장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75일에서 6일까지 이어진 사건들에 대해 두 사람이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모양새의 글이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뒤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두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함양군 집행부와 의회를 대표하는 공적인 존재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두 사람 역시 자신들의 글에서 행정국장과 군의회 의장이라는 직위를 밝히고 있으므로, 이들의 글은 공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글은 맥락상 함양군 집행부와 의회의 대립·갈등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사건은 겉으로 봤을 때 비교적 단순하다. 75일 김성진 행정국장을 포함한 함양군 국장 3인이 75일자 인사 발령이 난 신임 부군수가 부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함께 의회를 방문했다.

 

이날 박용운 의장은 출근하지 않아서 신임 부군수는 다른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다음날인 76일 박 의장의 출근을 확인한 김 국장은 신임 부군수와 함께 오전 1040분경 의회를 방문했는데, 박 의장이 회의 중이라 밖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의장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 보니, 박 의장은 의회 청사 밖에서 차를 타고 있었다. 이에 김 국장은 신임 부군수가 부임 인사를 왔는데, 인사는 받아야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같은 날인 76일 오후 140분경 김 국장은 의회 청사 2층에서 박 의장을 만나게 된다. 김 국장이 오전에 목소리를 높여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자 박 의장은 김 국장에게 밤길이라는 말을 한다. 김 국장이 밤길이라뇨?”라고 물으니 박 의장은 당신하고는 말하지 않겠다며 의장실로 들어갔다.

 

▲함양군의회     ©정수천 

 

사건의 흐름을 보면 신임 부군수의 부임 인사라는 공적인 절차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감정적인 행동과 반응이 전개되고 있다. 부임 인사 거절은 사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가 없다. 박 의장이 부군수의 부임 인사를 거부한 것은 그동안 승진·인사와 관련해서 함양군 집행부와 의회의 대립·갈등이 밖으로 드러나는 계기를 제공한 것뿐이다.

 

집행부와 의회의 인사를 둘러싼 갈등은 202311일자 ‘2023년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도 표출됐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시 의회사무과 직원들의 파견·복귀 문제와 관련해서 집행부와 의회는 한차례 힘겨루기를 한 바 있다.

 

군의회에서는 의회사무과 직원들의 인사와 관련해서 그동안 집행부가 의회의 의견을 반영해 왔지만, 2023년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는 의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인사를 진행했다며 집행부에 항의했다.

 

당시 군의원들은 진병영 군수와의 면담에서 집행부로 복귀한 직원들이 다시 의회로 돌아올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고, 진 군수는 추후 수시 인사를 통해 의회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의회의 요구대로 집행부로 복귀한 직원은 의회로 돌아왔다.

 

이외에도 2023년 상반기 인사에서 권대근 의원이 집행부의 관계자를 의회로 불러 권 의원의 배우자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 이 문제로 인해 함양의 시민 단체들이 권 의원의 징계를 요구하며 기자 회견과 의회 항의 방문을 했다.

 

인사 문제를 둘러싼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집행부에서는 인사·승진은 지자체와 지자체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것은 법령상 타당하다.

 

하지만 군의회에서는 의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관례적으로 의회와 집행부가 협의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전직 함양군 고위 공무원에 따르면, 의회 직원의 인사에 관한 한 늘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함양군청     ©함양군

 

2023년 상반기 정기 인사 때 의회 직원 문제로 의회와 집행부는 갈등 관계에 있었지만, 두 기관은 제대로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의회 직원 인사에 대해 두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했지만, 갈등은 흐지부지 봉합됐다.

 

향후 대책에 대한 협의 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의회는 집행부가 의회 직원 인사에 대해 의회를 무시했다고 판단한 듯하고, 집행부는 수시 인사를 통해 의회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인사권이 침해당했다고 느낀 듯하다. 75일과 6일에 이어진 두 사람의 행동과 반응은 두 기관의  이런 심리 상태를 보여 주는 것 같다.

 

박용운 의장은 14일의 입장문에서 하반기 인사 이후에 집행부가 인사에 관해 설명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회가 인사 전이 아니라 인사 후에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한편으로 타당해 보인다. 집행부의 승진·인사와 관련된 내용은 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대상이기 때문에, 의회가 승진·인사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어 박 의장은 “20221월에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03(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면 등)에 따라 지방의회 인사권이 독립됨으로써, 함양군의회는 함양군 조직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기관이며, 이와 관련하여 함양군과 함양군의회의 의회 소속 공무원 인사는 상호 협의를 통해 발령을 내고 있으나, 지난 20231월 의회 직원 인사는 사전 협의가 되지 않은 채 집행부(군수)의 일방적인 인사가 단행된 바 있음.”이라고 밝혔다.

 

김성진 행정국장은 14, 박 의장의 입장문을 반박하며 “2021112일 전부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법 제103(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면 등)에 지방의회의 의장에게 사무직원의 인사권이 완전 독립되어 의장의 추천에 따라 지방자치단의 장이 임명한다가 없어졌는데도 모르고 계신다라고 적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03조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튼 문제는 인사에 관해 쌓인 갈등이 제도적으로 혹은 협의를 통해 해소되지 않고 감정적 대응으로 드러난 것이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억압된 감정은 사라지거나 해소되지 않는다. 억압된 감정은 잠복해 있다가 어느 순간 계기만 주어지면 갑자기 현실의 표면으로 등장한다그간 의회가 느낀 무시당했다는 감정이나 집행부가 느낀 인사권을 침해당했다는 감정은, 의식에 의해 억압돼 있다가 부군수 부임 인사를 계기로 현실로 되돌아온 모습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직위가 이 사건을 감정의 층위에서 바라볼 수 없게 만든다. 인사에 대해 집행부와 의회가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이번과 똑같은 사건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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