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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를 외쳐야 할 정도로 처참한...

8월 2일 주민 공청회의 다른 이야기

함양타임즈 | 기사입력 2023/08/04 [10:16]

언론의 자유를 외쳐야 할 정도로 처참한...

8월 2일 주민 공청회의 다른 이야기

함양타임즈 | 입력 : 2023/08/04 [10:16]

▲8월 2일, 병곡면사무소 앞     ©정수천 

 

지난 82일 오전 11, 병곡면사무소에서 경량항공장과 관련된 주민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다. 주민 공청회라는 '사건'에 등장할 '인물'은 병곡면민들과 함양군 관계자들이었고, 이 사건의 '배경'은 지난 53군의회 정기 간담회를 통해 드러난 경량항공장 건립 계획이었다.

 

언론사의 기자는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취재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해 기사를 작성하는데, 이때 이야기 구성의 기본적인 3요소는 인물·사건·배경이다. 기사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고 가정한 기자가 사실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려고 기록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여러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른 층위를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기자는 일종의 관찰자로서 현장의 '배경'을 파악하고 이해한 상태로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갈등과 행동 즉 '사건'의 흐름에 개입하지 않고, 사건을 사실과 최대한 근접하게 기록하려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물론 100% 정합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어쨌든 기자가 이야기의 구성 요소로 등장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하지만 지난 82일 경량항공장과 관련된 주민 공청회에서는 기자가 이야기의 구성 요소로 등장한다. 이 등장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함양군 문화관광과 과장·계장이 만든 조악한 이야기에 관찰자가 아닌 행위자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82일 경량항공장 주민 공청회를 둘러싸고 2가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하나는 원래의 이야기인 병곡면민들과 함양군이 등장하는 사건으로, 이날 주민들은 공청회를 거부하고 경량비행장 계획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함양의 지역 언론 기자들과 함양군 문화관광과 과장·계장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이 서사를 구성한 작가는 문화관광과 관계자들이다. 이 관계자들이 자신의 망상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었으므로, 이들을 편의상 '함양군 작가'라고 부르겠다.

 

이는 작가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기자가 객관적 사실에 근접하기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는 반면, 작가들은 가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작가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아무튼 함양군 작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병곡면민들이 공청회를 거부한 이유는 언론이 경량항공장과 관련된 보도를 해서 면민들이 이 사업에 반감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 말은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주민들이 이 사업에 반감이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병곡초등학교     ©정수천 

 

언론의 보도가 주민들과 병곡초등학교 학생·학부모·교직원들이 걱정하는 소음과 환경 오염, 위험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언론의 보도가, 존재하지도 않는 소음·오염·위험을 만들었다는 망상이 함양군 작가가 만들어 낸 모든 이야기의 토대가 된다. 

 

병곡초등학교에서 직선거리로 약 60m 거리에 비행장을 계획한 비상식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작가답게 망상을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치료가 필요한 듯하다.

 

어쨌거나 함양군 작가의 이야기는 병곡면민들의 현실 파악 능력에 대한 은근한 무시가 깔려 있다. 언론의 보도가 없었다면, 비행장 주변의 온갖 민원에 대해 병곡면민들은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라고 함양군 작가는 추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 공청회를 통해 주민들에게 위험이 없다는 주장을 하며 어물쩍 비행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함양군 작가는 생각한 것 같다.

 

지난 2017년에 경남 창원시가 진행한 경비행기 이착륙장 조성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주민들은 경비행기 이착륙과 비행에 따른 소음 피해와 부동산 가치 하락 등 주민의 권리 침해가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주민들은 특정 기업 특혜용 사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기름 유출이나 경비행기 추락 사고로 식수원 오염 등 자연환경 훼손도 우려했다. 이에 창원시는 15개월 만에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심지어 이 현장 주변에는 초등학교도 없었다.

 

함양군 작가는 2017년에 창원시민들도 알고 있었던 내용을, 언론의 보도 없이는 병곡면민들은 모를 것이라고 가정한 듯하다. 이는 함양군 작가가 병곡면민들은 현실 파악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지 않았을까, 추정 가능하다. 

 

▲경량항공장 사업 대상지     ©함양군

 

또 다른 측면에서 병곡면민들의 경량항공장 전면 백지화 주장을 님비(NIMBY) 현상으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님비 현상은 사전적 의미로, 쓰레기장이나 핵폐기장, 원자력 발전소 따위와 같이 공해나 위험의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시설물의 설치에 대해서, 그 필요성은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자기 주거 지역에서만은 안 된다고 하는 자기중심적인 태도나 경향을 뜻한다.

 

하지만 경량비행장은 함양군에 꼭 필요한 사회적 시설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비행장이 준공되면 민간 위탁으로 운영될 것은 분명하다. 전국의 거의 모든 경량비행장이 지자체 직영이 아니라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전문 기술이 필요한 분야를 지자체가 운영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병곡면민들의 전면 백지화 주장은 님비 현상이 아니라, 타당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민간업자를 위해서 함양군 작가가 희생을 강요한다고 병곡면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간함양 김경민 기자는 83()을 대하는 행정의 민낯이라는 기사에서 계획 중인 사업에 대해 언론이 검증하고 이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여전히 교육계 관계자들은 병곡초등학교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고 있고 마을 주민들은 안전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상당수의 군민이 주목을 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해 해명과 설득이 아닌 언론 탓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기자는 기사에서 문화관광과 과장은 기자들에게 언론이 주민과 행정이 갈등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보도자료를 내고 난 후 보도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 언론이 무슨 함양군의 홍보매체인가. 언론이 군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지해 움직여야만 한다는 이런 절망적인 발상은 정말이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함양군 작가인 문화관광과 과장의 태도는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뒤 언론을 통제·탄압하며 '보도 지침을 통해 언론을 조작하려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언론의 자유도 인정하지 않는 함양군 작가가 병곡면민들의 경량비행장 계획 전면 백지화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안 봐도 뻔한 상황이다. 함양군 작가의 이런 태도를 보면, 시대가 바뀌어서 최소한 무력 동원을 못 하는 것만으로도 병곡면민들은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 함양군은 찾아가는 주민 소통의 날을 추진하며, 진병영 함양군수가 각 읍면을 순회하고 있는 중이다. 진 군수가 찾아가서 소통하고 싶은 주민은 함양군의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는, 현실 판단 능력이 없어야 하는 주민이고, 이를 취재하려면 기자는 함양군의 보도자료에 의지해 보도 지침에 맞춰 기사를 작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관광과 과장·계장을 비롯한 함양군 작가들은 자신의 망상에 근거해서 만든 이야기에 현실을 끼워 맞추려는 시도를 멈추기 바란다. 또한 공청회를 취재하기 위해 병곡면사무소에 모였던 지역 언론의 모든 기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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