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면 우전마을은 올해 2월 6일부터 매주 1회 태양광 발전 시설과 관련된 집회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 10월 18일(수) 오후 2시에도 함양군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 갔다. 그런데 이날은 수동면 도북마을 주민 20여 명도 집회에 함께했다.
10월 18일은 제278회 함양군의회 임시회가 개회하는 날이었고, 이번 임시회에서 김윤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태양광 발전 이격 거리 축소 개정 조례안이 심의·의결된다. 이날 오전 9시 함양군시민단체협의회의 주도로 함양의 시민 단체들이 함양군의회 앞에서, 김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을 가결하려면 함양군의회를 해산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에는 서하면 우전마을과 수동면 도북마을의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 관련 집회를 한 것이다. 이날 처음으로 집회를 시작한 도북마을 주민들은 매주 집회를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도북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피켓에는 “살기 좋은 함양, 태양광이 웬말인가! 태양광 이격 거리 완화 취소”라는 내용도 있었다. 집회 현장의 한 도북마을 주민은 “김윤택 의원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 내용을 알게 된 것은 9월이 지나서였다. 이 조례안이 가결되면, 사과축제로 유명한 도북마을은 망한다. 현재 태양광업자에게 팔린 사과 과수원 땅이 10만 평이 넘는다. 사과축제가 아니라 태양광 축제를 벌여야 할 판이다.”라고 탄식했다.
도북마을 권칠현 이장에 따르면 현재 도북마을의 과수원 10~15만 평가량이 태양광업자들에게 매매되거나 가계약된 상태로 추정된다. 도북마을의 과수원들이 매물이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부터였다. 7월부터 도북마을의 가구마다 과수원을 팔라는 부동산중개업체의 편지가 배달됐고, 과수원은 하나둘 태양광업자들에게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김윤택 의원이 태양광 발전 시설의 이격 거리를 주요 도로로부터 800m에서 100m로 변경하고,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500m 이격 거리를 200m로 수정하겠다는 ‘함양군 군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한 것이 6월 26일이었으니, 시기상으로 참으로 공교롭다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도북마을 권 이장에 따르면, 7월부터 태양광업자들에게 팔리기 시작한 과수원들의 대다수는 현행 조례의 이격 거리인 800m와 500m 범위 안에 있는 토지라서,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 조례안이 가결돼야만 태양광 발전 시설 건립이 가능하다.
도북마을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 시설 설립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지난 9월 8일 태양광 발전 관련 허가 신청이 들어왔으니 주민들의 의견을 알려 달라고 수동면사무소에서 권 이장에게 통보하면서였다.
9월 8일, 도북마을 주민들은 마을 회의를 열었지만, 도북마을이 집성촌이라 친인척 관계에 얽힌 상황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주민들은 회의에 대다수 불참하고 과수원을 매매한 주민들이 많이 참석했다고 권 이장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도북마을 권 이장은 “사실 찬성하는 쪽은 과수원을 매매한 사람과 과수원을 팔고 싶은 사람들로 주민 비율로 보면 20% 정도에 불과하다. 반대는 80%를 넘는다고 보면 된다. 김윤택 의원이 많은 군민이 이격 거리 축소를 원한다고 하지만, 우리 마을의 비율만 봐도 군민들의 민심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윤택 의원이 발의한 태양광 이격 거리 축소와 관련된 개정 조례안의 입법 예고 기간은 6월 26일에서 7월 15일까지 20일이었는데, 함양군의회는 이 기간에 군민들의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이때 접수된 의견서는 총 488건으로, 함양군의회의 설명에 따르면 이 중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격 거리 축소에 찬성하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시민 단체들은 488건의 의견서 개수와 찬성 비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태양광 이격 거리 축소 개정안 입법 예고 기간에 전국에서 298건의 의견이 접수됐는데, 함양군에서 488건의 의견서가 접수된 것은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시민 단체들은 판단하고 있다.
도북마을 주민들은 지난 9월 11일 함양군의회를 방문해 주민들의 대부분이 매매된 과수원에 태양광 설치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날 군청에서 진병영 군수를 만나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진 군수는 법령상의 내용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주민들은 전했다.
이후 주민들은 10월 10일 마을 회의를 열고 단체 행동을 하기로 결정하고, 10월 18일 처음으로 우전마을 주민들과 함께 집회에 나섰다.
10월 19일 도북마을회관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김윤택 의원의 개정 조례안이 가결되면 예상되는 피해를 4가지로 설명했다. 1. 태양광 패널로 인해 도북마을 전체 기온이 작게라도 상승하게 되면 사과 농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 2. 매매된 토지 중에 태양광 시설 설치가 쉽지 않은 곳은 폐기물 처리장 같은 시설이 들어와서 사과 농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난개발이 우려된다.
3. 태양광 패널 반사광 때문에 벌이 접근하지 않아 수정이 안 될 수 있다. 4. 사과 농사를 지으려고 귀농한 중장년층이 20명 이상 마을에 있는데, 이들 중에 벌써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도 있다. 사과 과수원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에 태양광 시설만 늘어나면, 사과 농사를 지으려는 귀농·귀촌 인구가 사라질 것이다.
도북마을은 2015년 '제2회 행복마을만들기 경남도 콘테스트'에서 우수마을에 선정된 바 있다. 당시 도북마을은 경관·환경 분야에서 '사과꽃 향기 가득한 도북마을'이라는 테마로 우수마을로 뽑혔는데, 사과꽃 향기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편, 10월 18일 함양군은 제8회 수동사과축제가 도북마을 일원에서 펼쳐진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수동사과축제는 2014년 ‘수동사과꽃축제’로 시작해 2018년부터 사과 수확기인 10월 말 ‘수동사과축제’로 변경 개최됐으며, 2023년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게 됐다는 내용이다.
주민들은 경관·환경 분야에서 경남 최고의 마을로 선정됐던 도북마을의 사과축제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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