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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과 군의원들, 의회에서 격렬하게 대치...

시민 단체들, 태양광 개정 조례안 관련 수사 의뢰 예정

정수천 기자 | 기사입력 2023/10/20 [13:37]

주민들과 군의원들, 의회에서 격렬하게 대치...

시민 단체들, 태양광 개정 조례안 관련 수사 의뢰 예정

정수천 기자 | 입력 : 2023/10/20 [13:37]

▲10월 20일, 함양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도북마을 주민들과 함양군농민회가 군의원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정수천 

 

1020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278회 함양군의회 임시회 제2차 산업건설위원회 회의가 정회됐다. 오전 945분부터 도북마을 주민 8명과 함양군농민회 노기환 대표·전성기 감사가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장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오늘 열릴 예정이었던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김윤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태양광 발전 이격 거리 축소 내용을 담은 함양군 군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조례안)’의 심의가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도북마을 주민들과 함양군농민회의 회의장 원천 봉쇄로 인해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 이격 거리 축소하려는 함양군의회는 해산하라"라는 현수막을 경계로 대치가 진행되고 있다     ©정수천 

 

주민들과 농민회는 오전 935분경 의장실을 방문해 항의하려 했으나, 의원들이 회의 중이라 의장실 앞에서 박용운 의장에게 조례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들은 곧바로 3층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장으로 올라가 태양광 발전 이격 거리 축소하려는 함양군의회는 해산하라!”라는 현수막을 펼치고 회의장 입구를 차단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조례 제·개정 심의를 위해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실로 입장했고, 곧이어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회의장이 있는 3층으로 올라왔다. 산업건설위원회 양인호 위원장과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윤택 의원이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으나 주민들과 농민회는 완강하게 막았다.

 

▲현수막을 경계로 대치는 10여 분가량 계속됐다     ©정수천 

 

이 과정에서 군의원들과 주민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삿대질이 이어졌다. 한 주민은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기도 전에 태양광업자들이 현행 조례의 이격 거리인 주요 도로 800m와 주거밀집지역 500m 범위 안에 있는 도북마을의 과수원을 매매하려 했다며, 이 업자들이 이격 거리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주장했다.

 

군의원들과 주민들·농민회는 회의장 앞에서 현수막을 경계로 10여 분 동안 대치를 벌였다. 주민들과 농민회는 군민 공청회나 설명회도 없이 진행한 이 조례안을 심의·의결할 수 없다고 외쳤고, 양 위원장과 김 의원은 입법 예고 기간에 의견서를 제출하면 됐는데, 뒤늦게 와서 실력 행사를 한다며 맞섰다.

 

▲대치가 끝나고 산업건설위원회 의원실에서 긴급 면담이 진행 중이다     ©정수천 

 

험한 말이 오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군의원들은 산업건설위원회 의원실로 자리를 옮겨 긴급 면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주민들·농민회는 회의장 입구를 지키겠다고 버텼다. 결국 의원들이 면담을 하고 나서 의사 일정을 진행하겠다는 약속에 주민들과 농민회는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30분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쟁점은 2가지였다. 입법 예고 기간에 제출하는 의견서 문제와 조례안의 개정 이유인 군민들의 소득 증대에 관련된 문제였다. 양 위원장과 김 위원은 개정 조례안의 입법 예고 기간 중 의견서를 군민들에게 제출받았으므로 의견 수렴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어떻게 조례가 개정되는지 알았겠냐며, 지난 98일 태양광 발전 관련 허가 신청이 들어왔으니 주민들의 의견을 알려 달라고 수동면사무소에서 이장에게 통보하면서 이 내용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농민회는 군민들의 생활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 조례안을 주민 공청회나 토론회도 없이 의견서 제출만으로 의견 수렴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선출직 의원들이 지녀야 할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488건이라는 의견서의 개수도 태양광업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보이고, 이 중 이격 거리 축소 찬성 의견이 485건이라는 점도 이상하다고 밝혔다.

 

김윤택 의원은 함양군의 유휴 농지가 850만 평인데, 이런 땅들을 팔아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도북마을처럼 과수원을 하기에 좋은 땅들이 태양광업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으니, 농민들의 소득 증대가 아니라 태양광업자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조례안이라고 대응했다.

 

▲긴급 면담이 끝나고, 농민회 노기환 대표가 박용운 의장을 만나 고발장 접수를 통해 수사 의뢰를 하겠다고 통보하고 있다    ©정수천 

 

농민회는 주요 도로 800m에서 100m로 이격 거리를 바꾸고, 주거밀집지역 500m 이격 거리를 200m로 축소하는 것은 함양군이 늘 자랑하는 자연 경관 훼손뿐만 아니라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밥줄을 끊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경남도 평균 이격 거리에 한참 못 미치는 100m, 200m로의 축소는 태양광업체와 유착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30분 동안 진행된 긴급 면담은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그리고 제2차 산업건설위원회 회의는 정회를 선언했다.

 

의원들과 면담을 마친 함양군농민회 노기환 회장은 의장실을 방문해 박용운 의장을 만나 군민들과 시민 단체가 이 건과 관련해 수사 의뢰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견서 488건에 대한 조사와 관련된 고발장을 접수할 것이고, 개정 조례안이 입법 예고되기도 전에 태양광업자들이 이격 거리 문제는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추정할 때, 군의원들과 업자들 사이의 유착에 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노 회장은 박 의장에게 통보했다.

 

농민회 노기환 회장은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113일에 함양군의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이 개정 조례안이 가결되기 전에 고발장을 접수할 생각이다. 의혹이 있으면 경찰 조사를 통해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히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군민들과 시민 단체들이 고발장 접수를 통한 수사 의뢰를 결심했는데, 함양군의회의 의원들이 이 개정 조례안의 심의·의결을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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