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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시민 단체들 각성해야...

도북마을 주민들과 농민회의 함양군의회 봉쇄 관련 입장 표명 전혀 없어...

함양타임즈 | 기사입력 2023/10/27 [14:17]

함양의 시민 단체들 각성해야...

도북마을 주민들과 농민회의 함양군의회 봉쇄 관련 입장 표명 전혀 없어...

함양타임즈 | 입력 : 2023/10/27 [14:17]

▲지난 10월 20일,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도북마을 주민들과 김윤택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수천 

 

지난 1020() 함양군의회에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동면 도북마을 주민 8명과 함양군농민회 노기환 대표·전성기 감사가 산업건설위원회 회의장을 봉쇄하면서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278회 함양군의회 임시회 제2차 산업건설위원회 회의가 정회됐기 때문이다.

 

이날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김윤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태양광 발전 이격 거리 축소 내용을 담은 함양군 군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개정 조례안)’의 심의가 계획돼 있었는데, 도북마을 주민들과 함양군농민회의 회의장 원천 봉쇄로 인해 회의가 열리지 못한 것이다.

 

현행 조례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위한 개발행위허가는 주요 도로(고속국도, 국도, 지방도, 군도)에서 직선거리로 800m를 벗어나야 하고, 주거밀집지역(인가와 인가 사이의 거리가 100m 이내로서 5호 이상의 인가가 모여 있는 지역)에서 직선거리로 500m를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김윤택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 626일부터 715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제278회 함양군의회 임시회에 상정된 개정 조례안은 주요 도로에서 100m, 주거밀집지역에서 200m로 이격 거리를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이 개정 조례안은 수정돼서 이번 임시회에서 심의·의결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함양군의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격 거리 100m·200m의 당초 개정 조례안은 300m·300m로 수정되고, 5년 이상 함양군에 주소를 두고 거주 시 이격 거리를 150m·150m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첨가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발전 시설 이격 거리의 대폭적인 축소는 함양군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800m·500m 범위 안에 건립될 수 없었던 발전 시설이 300m·300m 혹은 150m·150m 범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해당 지역 마을 주민들의 집단 민원 발생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5일, 함양군시민단체협의회의 주도로 함양의 시민 단체들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정수천

 

이렇게 논란과 집단 민원이 예측 가능한 사안이 함양군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지역 시민 단체들의 대응은 부실해 보인다. 현재 수동면 도북마을의 과수원 10~15만 평 규모가 태양광업자들에게 매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도북마을 주민들이 생존을 걸고 개정 조례안 심의·의결을 막고 있는데, 오직 함양군농민회만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양시민연대, 함양군시민단체협의회, 함양참여연대, 지리산생명연대 등 함양의 시민 단체와 환경 단체들은 이 사안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함양의 시민 단체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함양시민연대는 최근 공동 대표 체제로 바뀐 뒤, 문화 단체의 성격으로 정체성이 변모하고 있는 듯하다. 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함양에 예술이나 문학·영화 등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면한 현안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던 예전의 함양시민연대를 그리워하는 군민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함양참여연대의 경우는 함양군의회 행정사무감사 모니터링 평가 보고서(이하 보고서)’2021년 이후 발간하지 않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보고서는 2020년까지 함양군의정참여실천단에서 출간했지만, 2021년부터 함양참여연대에서 발간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4회째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고, 2023년 보고서도 함양참여연대는 아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 부족, 실무진의 부재 등과 같은 이유로 매년 발간하기로 한 군민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은 시민 단체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린 행위로 보인다.

 

함양군시민단체협의회는 그동안 공동으로 대응할 사안에 대해 함양의 시민 단체들을 연합해서 의견을 조율하고 한목소리를 내는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20일 함양군의회에서 도북마을 주민들과 농민회가 회의장을 봉쇄한 사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함양의 많은 현안에 대해 기자 회견이나 성명서 발표를 통해 함양 시민 단체들의 전체적인 입장을 표명하던 함양군시민단체협의회가 왜 이번 사태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지난 5월 4일, 지리산생명연대 함양 사무소 개소식 현장     ©정수천 

 

지난 54일 지리산생명연대는 함양 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함양의 시민 단체들은 지리산생명연대가 함양으로 온 것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환영했다. 하지만 지리산생명연대는 김윤택 의원의 개정 조례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리산생명연대는 함양의 시민 단체들이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함양 주민 대책위원회(이하 함양대책위)’를 만들 때 참여도 하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지리산 권역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환경 단체인 지리산생명연대가,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모임인 함양대책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리산 케이블카 문제를 외면했으니, 단체의 명칭에서 지리산을 떼야 하고, 연대 또한 거부했으니, 단체의 명칭에서 연대도 떼야 한다. 그러면 지리산생명연대라는 단체명에서 생명만 남는다. 지리산생명연대는 생명만 보존하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셈이다. 지리산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면, 이 단체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생명을 소멸시키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함양의 몇몇 시민 단체들은 김윤택 의원의 개정 조례안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물론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해 시민 단체들이나 환경 단체들마다 관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각 단체의 그 어떠한 이상이나 지향점도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에 비하면 덜 구체적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 우리 동네의 문제는 가장 구체적·현실적·실존적인 문제다. 태양광 발전 시설 이격 거리 축소에 대해, 함양군시민단체협의회가 그동안 보여 줬던, 함양 시민 단체들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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